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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변한다] [14] 맞벌이 육아위해 三代 합친 집… 남의 땅 400평을 자기 안마당처럼 쓰는 40대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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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5/ 18 (금) 6:0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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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집이 변한다] [14] 맞벌이 육아위해 三代 합친 집… 남의 땅 400평을 자기 안마당처럼 쓰는 40대 부
입력 : 2012.05.18 03:10
[부부건축가의 서판교 주택 '삼대헌']
1·2층 각각 부엌, 다락에 놀이방… 손주들, 조부모 공간 안 어지럽혀
거실은 밖에서 보이게 통유리로… 동네 사람들 지나가다 손인사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의 가장 큰 고민. '아이 양육을 누구에게, 어떻게 의지할까' 하는 문제다. 대개의 선택은 친정 또는 시댁 옆에 살거나 부모님 댁에 얹혀사는 것이다.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연로한 부모님의 사생활을 앗은 죄송함이 늘 마음을 짓누른다. 퇴근길, 엉망진창인 집을 치우며 워킹맘들은 탄식한다. "일을 계속 해? 말아?"

아이 둘을 둔 건축가 이중원(40·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이경아(40·아이에스엠 건축연구소 대표)씨도 똑같은 고민을 해오던 맞벌이 부부 건축가다. 11년간의 미국 생활을 접고 3년 전 귀국하면서 양육 때문에 부모님과의 동거(同居)에 들어갔다. 부모님의 자유를 보호해 드리려 나름 두 세대가 독립적으로 구성돼 있다는 세대분리형 아파트를 선택했다. 하지만 날마다 아이들이 온 집을 뛰어다니며 부모님 방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미국에서 주택에 살며 체험했던 '땅 밟고 사는 재미'도 그리워졌다.

고민 끝에 가족은 용단을 내린다. 통근 거리가 적당한 곳에 부모님·부부·아이, 삼대(三代)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맞춤형집'을 짓기로. 올 2월 완공된 경기 성남시 서판교의 단독주택 '삼대헌(三代軒·삼대가 함께 사는 집)'이다.

"'손자들이 오면 좋고 가면 더 좋다'는 말이 있잖아요. 손자가 예쁘긴 하지만 부모님도 사생활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그래서 부모님과 저희 공간을 다른 층으로 분리했어요." 지난주 이 집에서 만난 이들은 "평면적인 아파트 구성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사생활 분리가 주택에선 자연스레 해결됐다"고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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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처럼 지구단위계획으로 개발되는 주택단지에선 조례상 담을 만들 수 없어요. 담이 없으니 외벽에 창을 내지 않는 집이 많아 골목에서 보면 집 자체가 담처럼 돼버리는 거죠. 우리는 집의 일상을 거리의 이웃과 공유하기로 했어요." 할아버지가 소파에 앉은 모습, 어머니가 차 마시는 모습,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용감하게 거리에 내놓았다. 다행히 부모님도 '열린 집'을 환영하셨단다. 무슨 쇼윈도인 줄 알고 봤다가 깜짝 놀라 했던 이웃들은 이제 집안의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삼대의 공생(共生) 실험'이 '이웃 간의 공생'으로 확장됐다.

'속이 훤히 보이는 집'은 역으로 '밖이 훤히 보이는 집'이 된다. 바깥 풍경을 차경(借景)하는 데 유리하단 얘기다. 이경아 소장은 "집 옆으로 길게 나 있는 공공조경공간(단지 내 녹지)을 거실에서 바라보며 마당처럼 쓸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했다"고 했다. "집구경 좀 하자"며 들어온 동네 아주머니, 웃으면서 하시는 말씀. "남의 땅 400평(주변 녹지 공간)을 자기 안마당처럼 쓰는 재주는 도대체 어디서 배웠어?"

도둑 걱정은 없을까. "아니요. 행인들이 우리 집에 도둑 든 걸 밖에서 보고 그냥 두겠어요?(웃음) 미국에선 집이 서로의 집을 감시하는 '빅 아이(big eye·큰 눈)'라는 말이 있어요. 밤에는 집안의 불빛이 거리를 밝혀 주고, 낮엔 거리의 다른 집이 우리 집을 보호해준다는 거죠."

인터뷰 말미 골목 쪽으로 뚫린 거실 창으로 노란 어린이집 차가 서는 게 보였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막내아들 솔이(3)가 도착했다는 신호다. 초인종 누를 필요 없이 솔이는 엄마의 따스한 마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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